2023, 청주시 수곡동

낯섦으로 채워진 집

틈을 만들며 쌓아올린 볼륨, 그림자가 드리워진 깊이 있는 표정, 울타리가 없는 경계, 마을의 일부가 된 크고 작은 상가와 마당, 골목길 같이 둘쑥날쑥한 공용복도, 조형이 된 옥외계단, 층고 높은 공유주방과 개방감 좋은 론드리카페, 하늘이 보이는 6층 옥외체육공간, 창호가 없는 개인 발코니.

이 집의 이곳 저곳을 채우고 있는 이 공간들은 언제부턴가 주거의 영역 밖으로 조금씩 밀려나면서 오늘날 공동주택에서는 이미 낯선 풍경이 되었다. 효율성과 경제성, 편리한 유지관리, 안전과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진 경직된 프로토타입prototype은 지역사회와 단절된 섬 같은 주거조직을 만들었고, 안에서는 이웃과의 어색한 만남을 강요했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개인화, 더 강력해진 펜데믹, 지역사회 관계망 소멸이라는 무거운 담론은 공동주택의 거주성과 연대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건축적 시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촉발 했다.

청주수곡 행복주택은 일반주거지역 단일필지에 계획된 지상11층 규모의 주상복합 공동주택이다. 기존 도시조직과 경관을 배려하고, 복합용도 간 적절한 분리와 영역성을 강화하며, 외부공간의 다양화와 적절한 연계를 통해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수 있는 계획을 담았다. 우리는 이 ‘집’이 건강한 도시건축으로서 사회에 공고히 뿌리 박혀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임대주택의 다양한 건축유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하는 작은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마당에서 시작하는 집

‘마을마당’은 이 집의 중심공간이자 주변 마을 조직을 흡수하고 ‘마을길’로 확장하는 매개공간이다. 윗층에 사는 거주민은 물론 2층 업무시설의 근무자들과 1층 상가 방문자들을 유인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누는 마을 공유 공간이다.

모든 단위세대는 ‘마을마당'을 중심으로 세 개의 주거블럭으로 조직되어 남-동-서향 ‘ㄷ'자로 배치하였고, 각 블럭은 ‘열린 복도’를 통해서 층별로 연결되어 있다. 거주민은 도로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각층의 열린 복도를 통해 집으로 귀가한다.

입체적으로 교차된 주거블럭 사이에 생성된 보이드 공간은 주변도시의 다양한 시각적 장면을 행복주택 안으로끌어드리고, 서로 다른 성격의 주민공동시설과 옥외공간은 다채로운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마을 조직 위에 펼쳐지는 저층부 

저층부는 ‘마을마당', ‘마을길' 그리고 상업시설과 마을도서관(지역편의시설)으로 구성된다.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마을길’은 대지의 전후면을 잇는 보행동선이며, 서로 다른 크기와 용도를 가진 4개의 상가와 지역편의시설이 ‘마을길‘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마을마당'은 상업시설, 마을도서관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예측가능한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고 지역주민의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중성적 공간이다. ‘마을마당’에서 부터 시작되는 주거시설의 옥외계단, 개방된 각층의 복도공간은 다양한 시각적 교차를 만들어내어 활성화된 마을조직의 일부가 된다.

확장되는 공공성 _웰콤마당(2F), 열린마당(3F) 

‘마을마당’에서 시작된 공유마당은 2층의 ‘웰콤마당’과 3층의 ‘열린마당’으로 수직 확장된다. 각각의 마당은 1층 상업시설 , 2층 업무시설, 3층 주민공동시설과 연계되면서 성격을 달리하지만, 개방된 동선으로 연결되면서 마을조직의 입체적 확장을 유도한다. 2층 업무시설과 연계된 ‘웰콤마당’은 스탠드형 계단으로 접지성을 강화하고, 3층 열린마당은 서측 대로변으로 개방된 필로티 하부 옥외공간으로서, 론드리카페(주민공동시설)와 연계되어 거주민의 여가와 일상이 담길수 있는 쾌적한 외부공간이다.

개방된 복도와 열린 옥외공간_쌈지마당, 복도알코브

3층에서 11층까지 계획된 주거시설의 공용공간은 특별하다. 주거블럭의 ‘ㄷ’자 배치를 따라 조성된 복도는 ‘마을마당’을 중심으로, ‘야외체육공간’, ‘휴게테라스’, ‘쌈지마당‘과 시각적 혹은 공간적으로 연계, 확장된다. 또한 세대 유형의 혼합배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된 알코브 공간은 복도 공간의 리듬감을 부여하며, 기존 복도형 공동주택의 획일성을 극복하고자 했다.

활성화 된 주민공동시설

행복주택에 계획된 3개의 주민공동시설은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서로 다른 위치와 공간 분위기를 가진다. ‘마을도서관’은 ’마을길‘, ’마을마당‘과 연계되며 지역주민과 함께 자연스러운 접근과 사용을 유도했으며, 개폐 가능한 벽체로 내외부공간의 자유로운 확장 사용이 가능하다. 지상3층 ’론드리카페’는 ‘열린마당’과 함께 서측 대로변으로 열린 공간으로 계획하여 쾌적하고 밝은 공간이 되도록 했으며, 지상7층 ‘공유주방’은 높은 층고, 열린 조망으로 특별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글.양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