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양주시 회정동
두번째 작은 집
여여재는 건축주가 이 땅에서 만나는 두번째 집이다. 40여년이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던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첫번째 집은 땅에 반쯤 묻힌 반지하 위에 1층 살림공간과 경사지붕 아래 다락이 있는 복층구조다. 과거 ‘불란서주택'이라고 흔히 불렸던 미니2층 양옥의 유형이다. 시공 기술이 지금같지 않았던 시절에 만든 반지하는 우기만 되면 지표면 만큼 물이 찼고, 대문과 담장은 오랜 시간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
두번째집은 부부와 두 자녀를 위한 집이지만, 두 자녀는 곧 출가를 앞두고 있기에 불필요하게 넓은 집은 중년 부부에게 오히려 고단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지는 왠만한 큰 집도 충분히 담을 만큼 컸지만, 그저 넓기만 한 집 보다는 실속 있는 작은 집이 건축주 내외에게는 필요했다. 건축주는 30평 정도의 크기에 방은 두개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로 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작업실이 있는 집을 설계해주기를 바랬다.
환경
새 집이 주변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첫번째 과제였다. 남쪽으로는 집의 앞마당보다 높은 지형에 공장이 있었고, 동쪽으로는 12미터 도시계획도로가 미래 어느 시점에 개설 예정이었다. 또한 북쪽 인접대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이 있어, 서투른 집의 배치는 자칫 이웃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수 있었다. 건축주가 가꾸고 있는 대지 서쪽 텃밭이 그나마 이 집이 마음 편히 돌아 앉을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었다. 넓은 땅에 집의 위치를 선정하는 일 그리고 집이 주변에 취할 자세와 방향에 대한 대안연구를 설계 초기에 집중했고, 각각의 대안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을 건축주와 많은 시간을 들여 시뮬레이션했다.
우리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안으로 열려있지만, 주변으로 닫혀있지 않은 집. 이런 중성적인 상황은 양극단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어렵다. 다행히 이 땅에서 오랜동안 살아온 건축주의 경험은 설계자의 지향점을 찾는데 중요한 가늠자였다.
평면
평면은 중정을 가진 정방형의 틀에서 시작했다.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인 방향 설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변환경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방향성을 가지고 채우고 덧붙이는 방식보다는 설정된 틀안에서 비워내고,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안과 밖의 관계를 설정했다. 그로인해 중정은 집의 볼륨과 벽이 만들어내는 집 안의 공간이지만, 오히려 집 주변 환경으로 느슨하게 열려 있는 완충 공간이 되었다. 벽은 건물과 하나의 재료로 확장되어 내밀한 영역을 만들고, 외부로부터의 불편한 시선축을 회피할 뿐 닫혀 있지 않다.
통합된 거실과 주방은 부부 내외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주요 공간이다. 특히 주방은 이 집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널찍한 다용도실은 주방의 기능을 보조해주고, 벽과 천장을 목재로 마감한 다용도 식당은 주방에서 만들어진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님을 위한 작은 게스트룸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거실은 서쪽 텃밭으로 열린 조망을 가지면서 동시에 중정으로 열려 있어 마치 한옥의 대청을 닮았다.
지붕 roof-scape
지붕은 집의 모양새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면서 특히 목구조 지붕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수 성능을 지붕의 물매를 통해 보완한다. 이 두가지 사실을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여여재의 지붕은 경사진 세 개의 면으로 모양새를 만들었다. 마치 반듯한 종이를 비스듬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었을때 만들어지는 형상이다. 이때 지붕면은 평면과 입체적으로 만나면서 다채로운 볼륨감을 만들어낸다. 네 방향에서 바라보는 집의 표정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의 재료로 통일된 외장재(빨간벽돌)는 복잡성 보다는 다양성을 만든다. 지붕의 아랫면은 내부 공간의 천장면으로 그대로 노출시켰고, 평면에서 읽히지 않는 입체적인 방과 실을 만들었다.
(글.양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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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경기도 양주시 회정동 |
용도 | 단독주택 |
연면적 | 83.02㎡ |
규모 | 지상1층 |
구조 | 경량목구조 |
시공 | 위드하임 |
사진 | 송유섭 |
2021, 양주시 회정동
두번째 작은 집
여여재는 건축주가 이 땅에서 만나는 두번째 집이다. 40여년이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던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첫번째 집은 땅에 반쯤 묻힌 반지하 위에 1층 살림공간과 경사지붕 아래 다락이 있는 복층구조다. 과거 ‘불란서주택'이라고 흔히 불렸던 미니2층 양옥의 유형이다. 시공 기술이 지금같지 않았던 시절에 만든 반지하는 우기만 되면 지표면 만큼 물이 찼고, 대문과 담장은 오랜 시간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
두번째집은 부부와 두 자녀를 위한 집이지만, 두 자녀는 곧 출가를 앞두고 있기에 불필요하게 넓은 집은 중년 부부에게 오히려 고단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지는 왠만한 큰 집도 충분히 담을 만큼 컸지만, 그저 넓기만 한 집 보다는 실속 있는 작은 집이 건축주 내외에게는 필요했다. 건축주는 30평 정도의 크기에 방은 두개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로 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작업실이 있는 집을 설계해주기를 바랬다.
환경
새 집이 주변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첫번째 과제였다. 남쪽으로는 집의 앞마당보다 높은 지형에 공장이 있었고, 동쪽으로는 12미터 도시계획도로가 미래 어느 시점에 개설 예정이었다. 또한 북쪽 인접대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이 있어, 서투른 집의 배치는 자칫 이웃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수 있었다. 건축주가 가꾸고 있는 대지 서쪽 텃밭이 그나마 이 집이 마음 편히 돌아 앉을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었다. 넓은 땅에 집의 위치를 선정하는 일 그리고 집이 주변에 취할 자세와 방향에 대한 대안연구를 설계 초기에 집중했고, 각각의 대안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을 건축주와 많은 시간을 들여 시뮬레이션했다.
우리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안으로 열려있지만, 주변으로 닫혀있지 않은 집. 이런 중성적인 상황은 양극단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어렵다. 다행히 이 땅에서 오랜동안 살아온 건축주의 경험은 설계자의 지향점을 찾는데 중요한 가늠자였다.
평면
평면은 중정을 가진 정방형의 틀에서 시작했다.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인 방향 설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변환경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방향성을 가지고 채우고 덧붙이는 방식보다는 설정된 틀안에서 비워내고,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안과 밖의 관계를 설정했다. 그로인해 중정은 집의 볼륨과 벽이 만들어내는 집 안의 공간이지만, 오히려 집 주변 환경으로 느슨하게 열려 있는 완충 공간이 되었다. 벽은 건물과 하나의 재료로 확장되어 내밀한 영역을 만들고, 외부로부터의 불편한 시선축을 회피할 뿐 닫혀 있지 않다.
통합된 거실과 주방은 부부 내외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주요 공간이다. 특히 주방은 이 집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널찍한 다용도실은 주방의 기능을 보조해주고, 벽과 천장을 목재로 마감한 다용도 식당은 주방에서 만들어진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님을 위한 작은 게스트룸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거실은 서쪽 텃밭으로 열린 조망을 가지면서 동시에 중정으로 열려 있어 마치 한옥의 대청을 닮았다.
지붕 roof-scape
지붕은 집의 모양새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면서 특히 목구조 지붕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수 성능을 지붕의 물매를 통해 보완한다. 이 두가지 사실을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여여재의 지붕은 경사진 세 개의 면으로 모양새를 만들었다. 마치 반듯한 종이를 비스듬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었을때 만들어지는 형상이다. 이때 지붕면은 평면과 입체적으로 만나면서 다채로운 볼륨감을 만들어낸다. 네 방향에서 바라보는 집의 표정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의 재료로 통일된 외장재(빨간벽돌)는 복잡성 보다는 다양성을 만든다. 지붕의 아랫면은 내부 공간의 천장면으로 그대로 노출시켰고, 평면에서 읽히지 않는 입체적인 방과 실을 만들었다.
(글.양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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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기도 양주시 회정동
용도
연면적
83.02㎡
규모
지상1층
구조
경량목구조
시공
위드하임
사진
송유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