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이리루

2021, 서울시 은평구


잘 닦인 도로만이 마을 구조를 알려주고 있던 2013년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북한산을 지척에 두고 한옥 마을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 그리고 그곳이 엄연히 대도시 ‘서울특별시’ 행정구역 안에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8년. 마을의 모습이 어느정도 갖춰 갈때 쯤 150여개 필지 중에서도 꽤나 입지 조건이 좋은 필지를 구입한 건축주와 인연이 닿아 마을 경관의 한 조각을 설계할 기회를 얻었다. 현대건축을 전공한 건축사로서 한옥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평면의 질서와 위계가 단면과 입면에 연동되고 집의 큰 틀이 조직되는 한옥의 구법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축주 뿐만 아니라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도편수, 시공사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리루는 두개의 누마루가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집주인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배치  

대지는 두개의 직선과 동그랗게 말린 곡선이 만든 부채꼴 모양이다. 동,서,북 방향으로 세 개의 인접대지와 맞닿아 있고, 남향 습 지공원과 경계를 만들면서 전면도로가 지나고 있다. 길 건너에는 사계절마다 옷을 갈아 있는 '습지공원'과 동북방향으로는 2층 정도 높이에서 공원 넘어 멀리 '북한산'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집은 'ㄱ'자 형태로 북쪽으로 부설주차장을, 남쪽으로 마당을 품고 자리잡았다. 대문은 길에서 한걸음 물러나 여유공간을 가지고 방문자를 맞이한다. 대문을 열면 만나는 마당은 이리루 안과 밖의 전이공간이자 휼륭한 기능공간이다. 바닥의 마사토는 자연 채광을 적절히 반사시켜 집안 깊숙한 곳까지 빛을 들이고, 마당 한켠의 썬큰은 지하공간의 채광과 환기를 좋게 하는 허파같은 공간이다. 집의 적절한 비례감과 볼륨감을 찾기 위해 1,2층의 바 닥 면적과 층고를 세밀하게 조정했고, 건물과 대지 형상이 만나면서 생기는 자투리 공간에는 조경과 비 안맞는 마루 공간을 만들 어 집 바깥공간을 다채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구성

설계 조건은 명확했다. ‘한 지붕, 작은집 3채'. 지상1층에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한 두 채_하심채와 운유루, 지상2층에 주인집이 생활할 살림집 한채_윤이재. 그리고 지하에 세 채의 집이 공유하며 생활에 필요한 다목적공간_노닐마루를 넉넉한 크기로 마련하는 것이 설계 과제였다. 이렇게 총 3개층 다층한옥에서 각각의 프로그램과 기능이 복합적 그리고 독립적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동선 계획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북쪽으로 이 집의 규모에 맞게 자주식 연접 주차 2대를 계획했고, 동일한 켜에 퇴칸을 내어 돌음식 계단실을 만들었다. 계단은 층별로 1층 게스트하우스와 2층 주인집, 지하1층 다목적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수직 이동 공간이며, 동시에 층간 간섭을 받지 않고 각 층별로 접근할 수 있는 출입 공간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덤웨이터' 설비는 3개층 수직 샤프트를 가지고 지하의 메인주방, 세탁실, 창고 공간을 기점으로 이 집의 훌륭한 운송수단 역할을 해내고 있다. 


두 집과 작은 마당

길의 중간 정도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당이 있다. 이 곳에서 하심채와 운유로 그리고 지하공간으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다. 하심채와 운유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하고자 기획된 공간이라 그 구성은 일반 살림집과는 조금 다르다. 두 집은 마당을 공유 하지만, 각각의 작은 마당을 가진다. 또한 내부는 침실과 화장실 기본 조합으로 크기와 용도에 맞게 필요실들을 추가로 마련했 다. 이는 두 집이 하나의 틀안에서 공존하지만, 각각의 독립된 공간체계를 만들어주고자 한 의도다. 평면과 더불어 단면 구성은 한옥의 단면과 창호 원리를 적극적으로 응용했다. 마당, 기단, 현관, 식당, 대청(거실), 침실까지 점직적으로 변화하는 바닥의 높 이와 들어열개창의 기능적 성격은 공간의 점진적 확장과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운유루의 누마루는 이리루의 첫번째 누각이다. 안으로는 마당의 풍경이, 밖으로는 남쪽 습지공원이 3면의 창에 담기는 가장 극적이면서 한국적인 공간이다. 


작지만 내실있는 살림공간

2층 윤이재는 집주인의 거주 공간이다. 두 칸 침실을 중심으로 파우더와 욕실, 드레스룸, 차실이 있는 단순한 구조다. 이는 각종 조리와 식사, 세탁, 저장 기능을 지하1층 노닐마루가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구조다. 덤웨이터 설비는 윤이재와 노닐마루를 기 능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층별로 기능을 분담하는 공간 전략이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퇴칸으로 별도 구획한 계단실을 통해서 1층 하심채와 윤이재에 투숙객이 있을 경우 주차장으로 난 지상층 출입문과 지하층까지 곧바로 접근 가 능하다. 윤이재의 공간적 백미는 침실을 지나 있는 이리루의 두번째 누마루다. 공간의 위계상 이리루의 최고 정점에 있는 공간이 다. 누마루의 네짝 창에는 가까이 습지공원과 저 멀리 북한산의 산새가 그림처럼 담긴다. 


부족함 없는 다기능공간 

지하층 노닐마루는 지상1,2층에 있는 3채의 집들을 지원하는 서비스 공간이다. 이리루 연면적의 약40% 정도를 차지하는 크기 다. 접근은 실내 계단과 외부 썬큰으로 난 작은 계단을 통해서 가능하다. 널찍한 현대식 아이랜드 주방과 AV시스템이 갖춰진 노 닐마루는 이름 그대로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널찍한 유희 공간이다. 노닐마루의 식사공 간은 특별하다. 누마루의 단면구조를 이용하여 층고 높게 만들었고, 썬큰 방향으로 전면창을 설치하여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이 는 날씨 좋은 날에는 따스한 햇살을,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내려 이 곳이 지하 공간임을 잊게 한다. 세탁실은 살림집과 게스트 하우스에 나오는 작지 않은 양의 세탁물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크기로 계획 했고, 종류별로 분리 보관할 수있는 크고 작 은 창고를 만들었다. 


한결 가벼워진 벽체와 지붕

전통 한옥의 벽체 구성은 도리, 장여, 벽체, 중인방, 하인방 등 서로 다른 기능적 요소들이 연접하면서 벽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단열구성 뿐만 아니라 재료가 만나는 이음부의 틈에서 생기는 우풍 등이 피부로 느끼는 추위와 더위를 가중시킨다. 이리루 는 전통적인 벽체 단면구성, 지붕 단면구성을 지향하지 않았다. 벽체는 2”x4” 경량 목조주택 벽체 구성을 차용하여 마감, 방습 층, 단열층을 구성했다. 각종 인방, 문선 등은 집의 미관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식적인 요소로 단순화했다. 이는 세치 또 는 네치 정도의 인방 두께안에서 단열과 마감층까지 해결해야 하는 한옥의 구조적 단점을 극복하고 부재 변형에 따른 우풍과 인 방 등에 의해 생기는 단열층의 불연속성에 의한 콜드브릿지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열손실을 가중시키는 전통 지붕 양 식(적삼목과 진흙층을 이용한 습식 공법)은 오늘날의 한옥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리루는 지붕 물매를 잡아주는 건식 목조틀 공간을 형성하고 그 사이를 단열폼을 충진하여 지붕에서의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밀도

도시건축에서 밀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건물의 용도 복합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건축으로서 한옥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결코 녹록치 않다. 비싼 토지 비용에 상응하는 높은 용적률을 만들기 위한 다층, 복합용도/ 내화, 내진, 소방 등 기술적 이슈/ 한옥 고유의 미감과 비례감/ 에너지 효율/ 비싼 공사비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리루는 비록 80평 남짓한 소규모 한옥이지만, 다층건물, 복합용도로서 고밀도 도시에 적응하는 한옥으로서 현명한 해법을 찾는데 의미있는 작업이 되었다.

(글.양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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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서울시 은평구

용도

단독주택+게스트하우스

연면적

281.47㎡ 

규모

지하1층+지상 2층

구조

RC구조+한식목구조

시공

현영종합건설

사진

박영채, 아크팩토리





ⓒ 2020 (주)건축사사무소 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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